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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미셀러니

아버지글 필사 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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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 날이다>를 필사하며 느낀 단상

 

   ‘身言書判(신언서판)’ 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그 세 번째로 라는 단어를 쓴다. 그만큼 글쓰기가 중요하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해야 한다. 요즘같은 시대 -SNS를 통한 '1PR‘의 시대- 에는 그 중요성이 더 할 나위 없다.

 

   말을 잘하는 것은 좋다. 있어 보이니까. 머리가 좋아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정리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더 어렵다. 머릿속 생각은 이리저리 튀기만하고, 디지털 신호처럼 깨끗하게 정리 되지 않으니까.

 

   말하기는 짧다. 지속시간이 짧다. 글쓰기는 길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내 블로그를 통해, 언젠가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 또한, 얼굴 맞대고 부끄런 사설을 하지 않아도 되니, 나 같은 내성적인 사람에겐 글쓰기가 더 좋다.

 

   그래서, 글쓰기를 잘 하고 싶었다. 그런 내 의지가 글쓰기 수업, 모닝페이퍼, 초서, 필사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글을 두 번 필사했다.

 

   요즘 글쓰기를 배우며 필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실천해 보려는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버지의 글이었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신문기고도 자주 하시고 수필가로서 활동도 하시는 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그런 당신의 생각을 글로 만나고 싶었다.

 

   아버지는 종종 직접 쓰신 글을 읽어보라며 주셨다. 지역 수필가 모임에서 발간된 책들이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제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아버지가 쓴 글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었다.

 

   글쓰기를 배우는 입장에서, 아버지의 글을 필사를 한 건 재미난 경험이었다.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 생각하지만, 필사하며 느끼는 기분은 또 달랐다. 필사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마음, 감정을 그대로 체험해 보는 것이니까.

 

   ‘겉으로는 표현이 서툴고 완고해 보이셔도, 속으로 생각하시는 건 참으로 다르구나. 또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또 다르구나.’

 

   아버지는 <오늘은 새 날이다>라는 제목으로 매일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오늘의 중요성을 표현하셨다. 매일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지만, 오늘은 새로운 날이며 그것을 인식하고 느끼고 감사해야 함을 표현하셨다. 쓰신 글에는 퇴직 후 강의·글쓰기 등 소일거리를 하시며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이 녹아있다. 마치 고정된 일상에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도 있는 아들을 위한 충고 같기도 하다.

 

   감사하다는 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주어진 상황, 내 마음자세에 따라 그 적용이 다르다. 고맙고 좋은 일에 대해서도 조금만 마음이 어긋나도 감사하기가 힘들다. 자신을 한 없이 낮추지 않으면 감사하기 참 힘들다. 그래서 예수도, 붓다도, 위대한 선인들도, 현세의 자기계발자들도, 감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중요하고 좋은 것이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니까. 하지만 범인들은 실천이 쉽지 않으니,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줄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을 감사하며 이런 단상을 하게 해 주신 아버지께도 감사를 드린다. 간만에 아버지께 이메일이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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