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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미셀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의 글을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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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의 금요일. 시간의 절대성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길이는 사람마다 다를거다. 나에게 있어서 이번 주말은, 정말 간만에 찾아 온 친구를 만난 듯 한 느낌이다. 'TGIF'란 감사 기도가 절로 터진다.

 

   밤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시며, 밥벌이를 위해 일주일간 찌든 몸을 달랬다. 뜨거운 보이차의 강한 기운이 몸에 스며드니, 숨이 떨어지고 아랫배가 따뜻해졌다. 몸이 릴랙스 되며 편안해지니, 문득 '글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의 글을 필사하고 싶었다. 며칠간 별러왔던 일이다.

   '글을 쓰고 싶었다'라는 미셀러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며 다시 만나게 된 글인데, 십수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열독할 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글쓰기 수업 중 재상봉시 그 감동이란!

 

<글을 쓰고 싶었다>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 그 무렵 진구 구장의 외야에는 벤치 시트가 없이, 경사면에 그저 잔디가 깔려있을 뿐이었다. 그 잔디 위에 누워서,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관객은 - 늘 그렇듯이 - 많지는 않았다. 야쿠르트는 시즌 개막 경기의 상대로 히로시마 카프를 홈 구장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투수는 야스다로 기억하고 있다.

 

   작은 몸집의 땅딸막한 투수로, 아주 치기 힘든 변화구를 던진다. 야스다는 1회초 히로시마 타선을 무실점으로 간단히 막아냈다. 그리고 1회말 선두 타자인 데이브 힐튼(미국에서 막 건너온 새 얼굴의 젊은 외야수였다)이 좌측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힐튼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서 여유 있게 2루를 밟았다. 내가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 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다.

   맑게 갠 하늘과 이제 막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새 잔디의 감촉과 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듯 내려왔는데,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소설가가 되려는 것과 같은 야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나로서는 무엇이 어떻든 간에,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쓰고 싶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이미지도 없이 '지금 나라면 뭔가 나 나름대로의 의미있는 그럴듯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하고 느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아서, '자 뭔가를 써야지'하면서 알게 됐지만 나는 제대로 된 만년필 한 자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신주쿠의 기노쿠니야 서점에 가서, 원고용지 한 뭉치와 1,000엔 정도의 세일러 만년필을 사왔다. 참으로 조촐한 자본 투자였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

 

   순간적 시공을 눈에 펼치듯 묘사하는 하루키 선생의 필력, 뭔지 모르지만 아련한 느낌을 여운으로 남기는 능력. 이게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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