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북리뷰/북리뷰

[book look back]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반응형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 김난주역
출판 : 소담 2006.10.30
상세보기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떠오르는지, 눈을 감아 보았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뭔가'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개인적 습관이다.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데 그냥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왜! 일까? 겪어보지 못한 여고시절의 이야기. 여고생 주인공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들. 그러한 느낌들이 남자인 내게는 선뜻 다가서지 않아서 일까?



주인공들이 겪는 일상(일상이긴 하나 평범치 않은)들이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질/감'. 분명 이질감이다. 페미니즘이라던지, 문학적 센티멘탈리즘에도 익숙하지만, 남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적 서/정/감/각'이란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 한계란, 어느정도 채워지면 그냥 흘러넘쳐 사라져 버리는 '오/버/플/로(overflow)' 같은 거다.


작가의 글은 대담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일상을 벗어난 일상스토리의 전개와 고의적인 적당한 끝맺음. 살짝 불편한 여운. 보지 않아도 될 상대방의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본 느낌이다. 그 무언가는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의식층보다 더 깊은 아래에 있는 어떤 것과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정했을지도 모른다. 여고생들의 그러한 개인적 불안정한 일상의 반영은 어른이 되면서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남자인 내게도 '저런'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혹시 '시나가와 원숭이*' 같은 것이 몰래 가져가 버리진 않았을까? 나중에 한번 써 보고 싶은 주제다.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것과 그것을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것들의 뒤섞임'에 대해서.


* 시나가와 원숭이 : 타인의 이름표를 훔쳐, 그 사람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원숭이


Copyright ⓒ Edward Z. Kim, All Rights Reserve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