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작가는 글을 참 부드럽게 쓰는 것 같다. 왜 그런고 하니, 이 여행기가 은밀히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가 바깥쪽이 아닌 안쪽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외적으로 보면 그냥 유명작가가 쓴 인도 여행기이나, 내적으로는 정신적/영적 가르침을 독자에게 전달하려 하는 류시화만의 의지가 있는 까닭이다. 즉,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다.
본문 내용중 라비 샹카(Ravi Shankar)의 시타 연주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마 이 글이 씌어졌을 때는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라비 샹카는 그 유명한 미국 재즈가수 노라존스의 친 아버지다) 작가가 칭찬하는, 그리고 오쇼 라즈니쉬가 칭찬하는 라비 샹카의 음악이 너무나도 궁금하여 당장 음원을 구해서 들어보았다. 차분하지만 경쾌하고, 시끄러운듯 하나 가라앉는 신비한 현의 울림에, 과거 비틀즈가 인도의 영적 깊이에 경외감을 느끼고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는 노래 'across the univers'가 생각났다. 나는 이미 시타 소리를 어릴적 부터 들어왔던 거다. 이것도 인도인들이 말하는 수천년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오쇼 라즈니쉬의 말 처럼 라비 샹카의 시타 연주를 들으며 명상에 잠겨 보았다. 시타의 멜로디와 리듬이 호흡을 깊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류시화 작가가 여행하고 그 기록을 남겼던 인도,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인도를 떠올리게 하였다. 라비 샹카의 연주와 내가 보았던 타지마할, 물질적으로 가난하나 영적 고차원에 살고 있는 인도인들, 그런 비물질적 상념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모여 내 가슴에 따뜻한 에너지를 만들었다. 따뜻한 에너지가 몸 안에 퍼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생기게 되었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구절)
-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가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들이 일어나는 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 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 하라. 그때 그때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로마 대철학자 에픽테투스)
- 그러나 난 떠나지 않았다. 자꾸만 미뤘다. 이 지구의 동식물들 중에서 '미루는 것'을 발명한 것은 인간뿐이다. 어떤 나무도, 동물도 미루지 않는다. 인간만이 미룬다. (류시화)
- 나는 담요를 깔고 바닥에 누웠다. 그 순간, 마치 누가 영사기를 틀고 있는 것처럼 수 많은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떤 별은 감자만했고, 어떤 별은 다른 별들과 무리를 이뤄 큰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별들 하나하나가 내 귓가에 속삭이며 어떤 전설을 들려주는 듯 했다... 별들은 마치 생의 비밀을 간직한 암호들 같아서, 그 암호의 세계로 들어서기만 하면 무언가가 내 영혼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그 세계에선 누구도 고독하지 않고, 누구도 상실감으로 고통받지 않으리라. (류시화)
-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 단순한 지혜를 추구하라. 지혜에도 복작한 지혜가 있고 단순한 지혜가 있는데, 무엇보다 단순한 지혜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깨달음에 이르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복잡한 지혜이지만 자신이 이미 완전한 존재임을 믿는 것은 단순한 지혜다. 단순한 것이 최고의 것이다.
- 당신이 시를 쓴다니까 묻겠는데, 당신은 시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깨달았는가? 만일 깨달았다면 그것을 시로서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 그것보다 더 먼 거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의 30센티밖에 안 되는 거리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 사람들은 곧잘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를 초월하는 자세가 더 큰 힘이다. (사티야 사이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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