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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북리뷰/북리뷰

[book look back]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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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6-03-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처녀작이자 자전적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무라카미 하루키를 열심히 읽고 있는 요즘 문득 그의 처녀작(재즈 바를 경영하며 틈틈이 썼다는)을 보고 싶었다. 그의 단편소설과 에세이에 빠져있었는데, 픽션을 시작하려면 당연히 첫 작품부터,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의 에세이 등을 볼라치면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단지 야구장에 누워 망중한을 보내다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었단다. 글 쓰는 사람이 될 생각도 없었고 대학시절 시나리오를 끄적거리다 말다 하였는데 그냥 자기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결과야 어떻든 그냥 자기자신을 위해서.


   이런 의지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일단 목적 자체가 뚜렷하니까. 큰 목적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었고 그는 그렇게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버렸다.


   의도치 않았지만 책을 보기전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게 되었다. 상당수의 의견은, 현재 '1Q84'의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해 풋풋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가 만든 캐릭터가 가지는 특유의 독창적 말투, 주인공의 성격, 주인공이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사람을 대할때의 태도, 반응. 그리고 뭔가 작품 전반에 느껴지는 허무감과 약간의 고독함. 바로 여기에서 하루키만의 문학이, 그리고 그가 창조한 세계가 시작되었구나, 란 느낌이 들어 이 작품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보통 하루키는 엔딩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역시 그렇다. 이에대해 작가는 독자가 마무리를 하게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작가의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매듭지어져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약간의 아쉬움, 허무와 고독,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알게모르게 드는 의구심, 뭔가 아련히 기억에 남는 아련한 터치와 재즈 피아노의 건반과도 같은 리듬감, 그리고 스토리?


   이 작품에서 하나 더 건진게 있다면 작품에 나오는 '데릭 하트필드'란 작가의 존재이다. 엔딩을 지나 작품 후기에 이르기 전까지 데릭이란 캐릭터가 하루키가 만들어낸 허상인 줄 몰랐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작가들 중 상당히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을법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번듯하게, 있을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하나 의심되는 점을 찾는다면, 데릭이 썼다는 책의 스토리, 전개, 구조 등이 하루키가 자주 만들어내는 픽션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느낌 정도.


   부엌의 테이블에서 몇 달간의 고뇌와 노동으로 완성된 소설. 단순한 구성과 스토리지만 너무나도 하루키를 연상케하는 리듬감과 터치감이 마치 가벼운 피아노 재즈 곡을 연상케 한다. 현재 모셔놓은 하루키 시리즈(소설, 에세이 등)를 다 본 후 다시 이 처녀작품을 보게 된다면 또 어떤 감정과 의미가 생겨날까. '나'와 '쥐'와 '왼쪽 손가락이 네개인 그녀'의 존재감이 어떻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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